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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땐 흔들림없는 '소신파'… 선수들에겐 따뜻한 '울보 아저씨' - 문화일보


- 연임 성공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정부가 추진한 ‘체육회 - 대한올림픽위원회’ 분리
“여론 수렴 없었다”며 李회장이 ‘총대’ 메고 제동 걸어
경기장·선수촌 누비며 기뻐서 눈물, 안타까워 눈물…
항상 충혈된 눈 탓에 선수들이 ‘울보’별명 지어주기도

이기흥(66) 대한체육회장이 연임한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 제40대 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한 초대 통합체육회장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달 18일 41대 체육회장 선거에서 재선, 2024년까지 4년간 한국 체육을 이끈다.

이 회장은 고졸로 자수성가했다. 용인대 명예 체육학 박사, 동국대 명예 철학 박사이지만 그의 최종 학력은 방송통신대 제적. 이 회장은 1985년 야당이던 신민당의 이민우 총재 비서관을 거쳐 1989년 토목업체인 우성산업개발을 설립했다.

2001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에 취임하면서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고 2004년 대한카누연맹 회장, 2009년 체육회 부회장, 2010년 대한수영연맹 회장, 2013년 다시 체육회 부회장을 거쳤다. 그리고 2019년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됐다.

이 회장은 소신이 뚜렷하다. 경기인 출신은 아니지만, 단단하다.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맞서고, 흔들리지 않는다. 2019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분리를 권고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문체부가 분리를 추진했다.

이 회장은 분리 방침에 강하게 맞섰다. 정부, 정치권의 일방적인 추진으로 체육회와 KOC가 분리되는 건 옳지 않다고 믿었기 때문. 특히 체육계 내부에서 체육인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없었기에 이 회장과 체육계는 반발했다. 분리안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정부, 정치권에 제동을 걸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 회장은 주저하지 않고 ‘총대’를 멨다. 그리고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가던 흐름을 돌렸다.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충북 진천선수촌의 체력훈련장에서 운동기구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  이기흥(오른쪽) 대한체육회장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도중 북측 관계자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재선이 확정된 뒤 “(정부와) 이견이 있을 뿐”이라며 “대화를 충분히 나눠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면 된다”고 밝혔다. IOC 헌장은 정부, 정치의 스포츠 개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국제대회 출전 정지, 체육단체 자격 정지 등의 중징계가 내려진다.

이 회장은 결단력 때문에 강한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속은 무척 부드럽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친근한 동네 아저씨 느낌이 난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이 아니라, 내유외강(內柔外剛)인 셈. 그래서 꼼꼼하고 세심하다. 특히 선수들에게 따뜻한 정을 건넨다.

선수단장이었던 2012 런던올림픽 일화. 이 회장은 당시 현지시간으로 오전 4시 30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고, 자정을 훌쩍 넘어서까지 국가대표 선수들의 부상 여부와 몸 상태, 식사 등을 철저하게 점검했다.

권위는 땅에 버리고, 선수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격려하면서 사기를 북돋웠다. 당시 이 회장의 발에 물집이 생겨 화제가 됐을 정도. 경기장을 누비며 선수들과 희로애락을 나눴다. 기뻐서 울고, 신나서 울고, 아쉬워서 울고, 안타까워 울고. 매일 같이 눈물을 흘려 눈은 항상 빨갛게 충혈됐고, 선수들은 그에게 ‘울보’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선수단장을 맡았고 한국선수단은 금메달 76개, 은 65개, 동 91개로 4회 연속 종합 2위에 올랐다. 런던올림픽에선 금 13개, 은 9개, 동 8개로 1988 서울올림픽(종합 4위) 이후 24년 만에 가장 좋은 성적인 종합 5위를 차지했다. 이기흥 선수단장의 헌신, 그리고 국가대표들의 선전이 어우러져 대형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한국 선수단은 국위를 선양했다.

이 회장은 런던올림픽에서 ‘구원투수’였다. 당시 우여곡절이 있었고, 이 회장은 올림픽 개막까지 4개월가량 남은 시점에 선수단장으로 긴급 투입됐다. 그는 아낌없는 지원으로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으며 진통을 빠르게 안정시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2018년엔 체육회장으로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을 탄생시켰고, 성공적인 동계올림픽 개최와 종합 7위라는 목표를 채웠다.

▲  이기흥(오른쪽) 대한체육회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기흥(왼쪽) 대한체육회장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이 회장은 2019년 6월 역대 11번째 한국인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올해로 66세인 이 회장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회장 자격으로 IOC 위원이 됐고, 정년은 70세까지다. IOC 신규위원 후보 추천 당시 이 회장이 자신을 추천, ‘셀프 추천’이란 논란이 있었지만 IOC의 철저한 서류 검증과 윤리위원회, 추천위원회, 집행위원회 등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이 회장은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134차 IOC 총회에서 유효 투표 62표 중 57표, 92%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IOC 위원으로 뽑혔다. IOC 위원으로 입후보할 수 있는 NOC 대표 자격은 회장과 부회장뿐이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최문순 강원지사,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김성조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사장(당시 한국체대 총장)이 IOC 위원 신청을 고사했기에 입후보할 인물은 이 회장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체육회 수장으로 국가대표선수촌을 진천으로 이전했고,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체육회 100주년(2020년)과 관련된 사업을 매끄럽게 처리했다. 이 회장이 체육회를 맡은 뒤 체육회 예산은 불어났다. 2016년 2880억 원에서 2020년 3939억 원까지 확충됐고, 이는 회원종목단체 인건비 증액과 체육인의 안정적 일자리 확보로 이어졌다. 그리고 엘리트, 생활체육의 통합과 정착을 깔끔하게 완수했다.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체육정책으로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 체육회장에 재선됐다.

새 임기에 이 회장은 새로운 체육 백년대계를 설계하고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전국 생활체육지도자 3000명 정규직화 법안이 마련됐고, 일선에서 적용을 앞두고 있다”면서 “체육인들이 앞으로 안정적이면서 보호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학교체육에도 포인트를 맞춘다. 학교체육 정상화는 한국 스포츠의 뿌리에 비유할 수 있기 때문. 학교체육 현장에서 유능한 인재, 미래의 국가대표를 발굴하고 그에 앞서 학생들이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학생 200명당 한 명꼴로 스포츠 지도자를 배치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초대 통합체육회장… 2019년 IOC위원 당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2001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으로 체육계에 입문했다. 2004년 대한카누연맹 회장, 2010년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지내며 본격적으로 체육행정 업무를 다뤘고,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 국내 및 국제 체육계에서 인맥을 넓혔다. 그리고 2016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합친 초대 통합체육회장으로 선출된 데 이어 지난 1월 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재선됐다. 2019년부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하며 스포츠외교 대사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나이 : 66

△이력 : 1985년 신민당 총재 비서관, 1989∼2012년 우성산업개발 대표이사, 2001∼2004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 2004∼2009년 대한카누연맹 회장, 2009년 대한체육회 부회장, 2010∼2016년 대한수영연맹 회장,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선수단장, 2012년 런던올림픽 선수단장, 2012∼2020년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2013∼2016년 대한체육회 부회장, 2013∼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2016∼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2016년∼ 대한체육회장, 2019년∼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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