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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쪼개 팔기 기승 '전문가 리그'를 '개미지옥'으로 바꾼 격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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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쪼개 팔기’에 금융시장이 멍들고 있다. 사모펀드는 현행법상 투자자 수가 최대 49인으로 제한됐다. 사모펀드는 전문성을 갖춘 소수의 고액 자산가가 투자하기 때문에 규제가 가볍다. 공모펀드와 달리 특정 주식에 ‘몰빵 투자’해도 되고 금융 당국에 증권신고서를 낼 의무도 없다.

만약 50명 이상에게 투자받으려면 규제가 많은 공모펀드가 돼야 한다. ‘불량 운용사’들이 규제를 덜 받으며 다수 투자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여러 펀드로 쪼개 ‘무늬만 사모펀드’로 만든 것이다. 이를 이른바 ‘시리즈 펀드’라고도 부른다.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옵티머스 등 사고를 친 사모펀드는 대부분 시리즈 펀드로 의심받는다.

사모펀드였다면 투자 전문가끼리 ‘그들만의 리그’가 돼야 한다. 피해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쪼개기로 개미투자자가 대거 참전하며 ‘개미지옥’이 됐다. 현재 드러난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피해액(환매 중단액)만 2조원 규모에 달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사모펀드 전체 1만5018개 가운데 수탁고가 100억원 미만인 펀드는 8605개로 전체 중 57.3%를 차지했다. 50억원 미만 펀드는 6108개(40.7%), 10억원 미만 펀드는 2145개(14.3%)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전체 사모펀드 가운데 약 3분의 2가 1호, 2호, 3호 등 쪼개서 소규모로 운용 중인 ‘시리즈 펀드’로 추산한다.

▶규제 피하려 사실상 공모펀드를 사모로 판매

물론 사모펀드 운용사가 직접 시리즈 펀드를 기획, 운용할 수 있다. 특정 펀드가 성공해 후속 펀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판매사가 운용사에 요청해 만드는 이른바 주문자생산(OEM) 펀드가 곳곳에 있다는 분석이다. OEM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판매사 운용 지시를 토대로 만든 펀드로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은행에서 주로 팔린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다. 지난해 3월 22일 하이자산운용은 ‘유럽 헬스케어 사모펀드’를 출시했다.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방정부에서 받아야 할 진료비(매출 채권)를 할인해 미리 내주고, 이후 지자체로부터 진료비를 받아 차익을 남기는 구조다. 그런데 단 3일 뒤, 이 복잡한 투자 전략을 똑같이 쓰는 사모펀드가 아름드리자산운용이라는 다른 회사에서 출시됐다. 그 다음 달에는 현대자산운용, 포트코리아자산운용에서도 투자처가 동일한 펀드를 내놨다.

윤 의원실이 입수한 이들 펀드 투자설명서는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 수준으로 유사하다. 하나은행 등에서 약 1500억원이 팔린 이 상품은 현재 환매 중단됐다.

‘꼼수’ 펀드가 만연했지만 처벌 사례는 아직 없다.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문제가 돼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규제 강화 의지를 밝혔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0호 (2020.10.21~10.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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